제6장
“생긴 건 나쁘지 않은데, 뭐 특별한 건 없네.”
최아라가 서설요를 거만하게 훑어보더니, 입꼬리를 비틀며 경멸하듯 말했다.
서설요는 화가 나 얼굴이 시뻘게졌다.
어떻게 저런 낯짝으로 여기까지 와서 이런 말을 할 수가 있지?
“그냥 가세요! 그 사람은 당신 보고 싶지 않을 거예요.”
자신을 배신한 여자를 다시 만나고 싶어 할 남자는 없다.
동병상련이라고, 그녀는 고명재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내가 보고 싶지 않을 거라는 걸 어떻게 알아?” 최아라가 말했다.
서설요는 자신만만하게 대꾸했다. “물어볼 필요도 없어요. 그 사람한테 못할 짓을 해놓고, 어떻게 다시 보고 싶어 하겠어요?”
“올라와.”
서설요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고명재가 갑자기 위층에서 나타나 낮은 목소리로 최아라에게 말했다.
최아라는 의기양양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허리를 흔들며 위층으로 올라갔다.
이렇게 빨리 망신을 당하다니, 서설요는 민망하고 분했다!
고명재는 대체 무슨 생각이지?
벌써 그녀를 용서한 건가?
“사모님, 너무 화내지 마세요.” 지호가 그녀를 위로했다.
서설요는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화 안 나. 내가 왜 화를 내? 나랑 상관없는 일인데.”
말을 마친 그녀는 밖의 정원으로 뛰어가 앉았다.
최아라는 고명재의 서재에서 삼십 분 정도 머물다 나왔다.
떠날 때 그녀는 일부러 정원까지 찾아와 서설요에게 자랑했다. “그 사람이 나한테 집 한 채 사주고, 드라마에 들어갈 수 있게 꽂아주기로 했어. 이런 우량주를 놓친 건 아쉽지만, 그래도 얻은 게 적지 않네. 너도 그 사람이랑 잘 지내. 앞으로 좋은 일 많을 거야.”
“어쩜 그렇게 뻔뻔해요?” 서설요가 화를 내며 쏘아붙였다.
남에게 못할 짓을 해놓고 어떻게 뻔뻔하게 물건을 받을 수가 있지?
최아라는 입술을 삐죽이며 비꼬았다. “고고한 척하는 것 좀 봐. 임시원이 왜 네가 얼굴만 예쁘고 재미는 하나도 없다고 했는지 알겠네. 남자랑 여자 사이가 다 그런 거 아니겠어? 서로 좋으면 그만이고, 각자 필요한 거 챙기는 거지.”
“당신….”
서설요는 화가 나 얼굴이 새빨개져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아, 맞다.” 최아라가 말을 이었다. “혹시 임시원이 다시 찾아오면, 마음 약해져서 용서해주지 마. 내가 대신 겪어봤는데, 돈도 별로 없는 데다 체력도 별로고, 그쪽 기술은 완전 꽝이더라.”
서설요는 할 말을 잃었다.
최아라가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화가 나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두 눈으로 직접 바람피우는 걸 봤는데, 용서 안 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쉽게 용서하다니.”
식사 시간에 서설요는 결국 참지 못하고 고명재에게 투덜거렸다.
고명재는 새우 한 마리를 집어 그녀의 그릇에 놓아주며, 깊은 눈으로 물었다. “질투하는 건가.”
“아니에요. 그럴 리가요.”
서설요는 즉시 고개를 들고 다급하게 부정했다.
고명재가 천천히 말했다. “용서랄 것까지도 없어. 그래도 한때 만났던 사이인데, 돈으로 조용히 끝내는 게 낫지. 앞으로 다시 찾아와서 귀찮게 하는 일 없게. 그리고, 난 오히려 그녀에게 고마워해야 해.”
“고맙다고요?”
“그녀가 아니었으면, 너와 함께하지도 못했을 테니까.” 남자가 말했다.
서설요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고 작게 중얼거렸다. “그런 식으로 만나는 건 사양이에요.”
“그 여자도 임시원이랑 헤어졌어. 임시원은 그냥 쓰레기니까, 앞으로 마주쳐도 엮이지 마.” 남자가 다시 말했다.
서설요가 말했다. “걱정 마세요. 전 당신처럼 전 애인이랑 질척거리지도 않고, 통 크게 돈이나 집을 사주지도 않을 거니까.”
남자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오늘 이 생선 강정은 꽤 괜찮군. 간이 딱 맞아!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서설요가 다시 물었다.
“응.”
“당신은 본사 사람이에요, 아니면 지사 사람이에요? 회사에서 직책이 뭐예요?”
그녀는 회사 내부망에서 고명재의 이름을 검색해봤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이제는 그가 정말 회사 사람이 맞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
“둘 다 아니야. 아직 고씨 그룹에 남을지 말지 결정 못 했어.” 고명재가 대답했다.
서설요는 할 말을 잃었다.
대체 무슨 배짱이지!
그녀의 회사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대기업이라 수많은 사람이 머리를 싸매고 들어오려 하는데, 감히 저런 큰소리를 치다니?
하지만 그의 말을 들어보니 아직 회사에 들어오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이름이 검색되지 않았던 거겠지.
“사실, 너무 조급해할 필요는 없어요. 고씨 그룹은 대기업이고 회장님 요구 사항도 까다로우니까, 당장 회사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도 당연해요. 고씨 집안 다른 사람들도 다 여러 시험을 거쳐야만 회사에서 일할 수 있다고 들었어요.”
서설요는 그가 생선을 좋아하는 것 같아, 먼저 생선 살 한 점을 집어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했다.
고명재는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설요는 그의 반응을 보고, 속으로 자신의 추측이 맞았다고 생각했다. 아직 회사에 들어갈 자격이 없는 거구나.
자신이 회사 일원이라는 사실에, 저도 모르게 자부심이 솟아올랐다!
“참, 내일 시간 있어요? 아빠가 전화하셨는데, 내일 같이 집에 오면 좋겠다고 하셔서요.”
문득 아버지의 전화가 생각나 서둘러 물었다.
남자는 그녀를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말했다. “내일 일이 있는데. 하지만, 네가 굳이 같이 가달라고 한다면, 못 갈 것도 없지.”
서설요는 내일 일이 있다는 말에 눈빛이 어두워졌다가, 못 갈 것도 없다는 말에 다시 눈이 번쩍 뜨였다!
“같이 가주셨으면 좋겠어요. 부탁드려요.”
“좋아. 같이 가줄 수는 있는데, 조건이 있어.”
“무슨 조건이요?”
서설요가 재빨리 물었다.
남자는 그녀를 보는 눈빛이 깊어지더니, 계속해서 느긋하게 식사를 했다.
그가 말을 하지 않자, 서설요는 궁금함에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밤이 되어서야, 그녀는 남자의 조건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키스해주면, 같이 가주지.”
“당신… 어떻게 이래요?”
너무 뻔뻔해!
서설요는 창피하고 분해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이십 년 넘게 바르게만 살아왔는데, 이렇게 얼굴 두꺼운 사람은 처음 만나봤다.
아니, 그 최아라도 낯짝이 두꺼웠지. 무슨 말이든 다 내뱉고.
어쩐지 둘이 한때 사귀었다더니, 둘 다 뻔뻔한 게 똑같았다.
“결혼까지 했는데, 아직도 그렇게 부끄러워해?”
남자가 그녀의 손목을 잡아 자기 앞으로 확 끌어당기자, 그녀는 그의 품에 부딪혔다.
서설요는 입술을 깨물며, 수치심 가득한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싫으면 말고. 난 내일 할 일 있으니까.”
남자는 손을 놓고 바로 앉아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서설요는 다시 입술을 깨물었다.
사실, 그녀가 굳이 고명재와 함께 집에 가야 하는 건 아니었다.
다만 서우명이 고명재를 데려오면, 어머니에 대해 알려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그녀가 태어난 지 반년 만에 떠났고, 할머니조차 어머니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유일하게 아는 사람은 서우명뿐이었다.
그녀는 어머니에 대해 너무나도 알고 싶었기에,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 이렇게 하면 돼요?”
새빨개진 얼굴로 다가가, 살짝 떨리는 입술로 남자의 뺨에 빠르게 입을 맞췄다.
입을 맞춘 후, 그녀는 차마 남자의 얼굴을 쳐다보지 못했다. 그저 고개를 숙인 채 떨리는 목소리로 물을 수밖에 없었다.
“네 생각은 어때?”
남자가 다가왔다.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저… 모르겠어요….”
“괜찮아. 내가 가르쳐줄게.”
남자의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려, 억지로 고개를 들게 했다.
뜨거운 입술이 찍혀 내려오자, 산소가 부족한 것처럼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그 키스는 섬세하고 길었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가벼운 신음이 흘러나왔고, 그대로 쓰러지듯 몸이 기울었다. 하지만 남아있는 한 줄기 이성은 여전히 생각하고 있었다.
배우고 싶지 않아. 최아라처럼 뻔뻔해지고 싶지 않단 말이야
